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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진화: 자동차는 어떻게 컴퓨터가 되었는가?

by dreamcar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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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보여주는 이미지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컴퓨터 기술의 진화

자동차와 전자기기의 통합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자동차가 '기계'라는 인식을 벗고 '컴퓨터가 달린 탈것'이라는 개념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입니다. 그 시작점은 엔진제어장치(ECU, Electronic Control Unit)였습니다. 최초의 ECU는 연료 분사량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습니다. 1980년 보쉬(Bosch)가 개발한 Jetronic 시스템은 아날로그 제어 방식에서 디지털 전자 제어 방식으로 전환하는 핵심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차량 내 전자기기의 역할은 단순 센서 수준에서 '결정하는 두뇌' 수준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인포테인먼트의 개념: 라디오와 카세트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초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차량 내 미디어 시스템은 대부분 AM/FM 라디오, CD, 카세트 플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디지털은 거의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중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일본과 독일에서 먼저 상용화되었습니다. 특히 혼다(Honda)의 ‘Electro Gyrocator’(1981)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평가되며, 비록 GPS가 아닌 자이로센서를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기술적 진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GPS 기반 내비게이션은 일본의 알파인(Alpine), 파나소닉(Panasonic) 등 전장기업 주도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미국에서는 GM의 온스타(OnStar) 시스템이 1996년부터 커넥티비티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CAN 통신의 도입과 차량 네트워크의 확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단순 독립형 오디오 시스템에서 차량 전체와 연동되기 위해서는 전자제어 유닛(ECU) 간 통신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기술이 바로 CAN (Controller Area Network)입니다. CAN은 1980년대 후반 독일 Bosch에서 개발되었으며, 1991년 메르세데스 벤츠 W140 모델에 처음 상용화되었습니다. CAN 통신은 각 제어 유닛들이 ‘센서-처리기-실행기’ 구조로 통신하며, 실시간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량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통신 기반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단순한 독립기기에서 차량 내부와 상호작용 가능한 컴퓨팅 장치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터치스크린과 HMI의 등장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터치스크린이 도입되며 HMI(Human-Machine Interface) 개념이 강화되었습니다. HMI란 운전자가 차량 시스템과 정보를 직관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BMW의 iDrive(2001년 도입)는 차량 제어를 하나의 조그다이얼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후 메르세데스의 COMAND, 아우디의 MMI 등이 등장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표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디스플레이를 넘어서 차량 내 기능 제어(에어컨, 오디오, 내비게이션, 주행모드 등)를 통합하여 운영체제 기반으로 동작하는 형태로 발전하였습니다.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 시스템의 도입

2010년대 들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Android, Linux, QNX 기반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QNX는 블랙베리에서 인수하여 안전성과 실시간 처리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포드, GM, 아우디, 현대차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널리 채택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자동차는 독립적인 컴퓨터가 아니라,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바일 디바이스'처럼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이후 차량용 앱 생태계와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연결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됩니다.

 

스마트폰 연동과 앱 생태계의 등장

2014년 애플과 구글은 각각 Apple CarPlayAndroid Auto를 공개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미러링 하여 운전 중에도 전화, 메시지, 음악, 내비게이션 등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차량 내 기능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개발되어야 했으나, CarPlay와 Android Auto 도입 이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더 이상 OEM(차량 제조사)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차량용 앱 생태계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환되며 사용자 경험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CarPlay는 애플 디바이스 간의 통합성과 보안성을 바탕으로, Android Auto는 확장성과 기능 다양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개념 확산

2010년대 중반 이후 테슬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앙집중식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하면서 UI/UX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차량 내 소프트웨어가 실시간 업데이트 가능한 구조(OTA, Over-the-Air)를 지원함으로써, 차량 자체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습니다. 이는 기존 자동차의 물리적 장치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정의하고 제어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모델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 SDV의 중심 인터페이스로 기능하며, 사용자 경험과 연결 생태계의 핵심으로 부상하였습니다.

 

현대차·기아의 ccOS와 글로벌 동향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차량용 OS인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개발을 발표하며, 차량 내 컴퓨터 시스템의 국산화 및 자사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ccOS는 리눅스 기반으로, 차량 내 다양한 제어 기능, 클라우드 연결, 차량 간 통신(V2X)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BMW: iDrive 8 시스템, 자체 운영체제 기반 + OTA 완전 대응

- Mercedes-Benz: MBUX 시스템,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 강화

- Volkswagen Group: Cariad라는 독립 소프트웨어 자회사 설립

- Stellantis: Amazon과 협업하여 차량용 플랫폼 구축 중

 

차량 내 컴퓨터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

현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순한 오디오·비주얼 장비가 아닙니다. 차량 내 SoC(System on Chip)를 탑재하여 AI 음성 인식, 실시간 클라우드 통신, 사용자 프로파일 기반 맞춤 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술 발전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될 예정입니다:

- AI 기반 음성 비서: ChatGPT 기반 내장형 음성 인터페이스 등장

- AR 내비게이션: 실시간 HUD 기반 증강현실 안내

- 클라우드 기반 게임·스트리밍: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강화

- 생체 인식 인터페이스: 운전자 컨디션에 따른 UX 조정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차량 내 컴퓨팅 플랫폼이 기존의 HMI를 넘어 인간-차량 간의 지능형 상호작용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맺음말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운전자와 차량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진화 과정입니다. 차량 내 컴퓨터는 더 이상 보조 장치가 아니라, 차량 전체를 정의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기술적 진화는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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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의 내용은 개인이 공부하여 올린 글이므로 정확하지 않거나 실수가 있을 수 있으며 중요한 사안인 경우에 더블체크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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